충무로갤러리 3월 기획전
묵 선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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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간 2023년 3월 3일(금) – 3월 17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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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시 명 묵 선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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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작가 권소영 김수빈 김수진 김연수 김용원 김지영 나오미 마동원 박아름 박정혜 박주연 박현욱 신지혜 유예진 유초원 이윤하 이민지 이현호 전경희 좌혜선 조기섭 지민석 홍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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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시간 일, 월요일 휴관 / 오전 11시 – 오후 7시(화-금), 오전 11시 – 오후 6시(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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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소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 27길 28 한영빌딩 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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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문의 충무로갤러리 T. 02-2261-5055 / chungmurogallery@gmail.com
전시 소개
2003년《성균관대학교 미술학과 동문전》으로 시작된《墨線展》은 2006년《성연전》, 2007년《성균한마음전》, 2008년《墨線展》으로 명칭이 바뀌었고, 지난 20여년간 전시를 개최하면서 이제 약관(弱冠)의 나이를 넘어서고 있다. 동양화 전공 대학원 선후배들이 해후의 장을 만드는데 의의를 두었던 전시는 해를 거듭하면서 참여작가, 전시주제, 전시방식의 변화를 꾀하며 성장했다.
2011년에는 12명의 작가들이 현대에 봉착한 문화적 현상에서 새롭게 발견한 점을 각각의 표현방법과 주제의식을 담아 표현하고, 서로 다른 작품 속에서 교집합을 찾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 ‘전통의 재인식'을 키워드로 개최한 2012년 전시는 동양화의 전통적인 표현소재에서 벗어나 그 변용의 측면을 다양한 화법을 통해 보여주었다. 이어 2013년에는 동양화의 전통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해석을 추구하면서, 열린 접근으로 대상과 사회를 바라보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도(中道)의 가치에 대해 고민했다. “그려진 詩에 대한 동경”이라는 주제로 열린 2014년 전시는 참여 작가들의 내면의 이야기詩, 그것이 다양한 조형요소통해 드러나는畵, 詩와 畵의 상관성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또한, 2012년, 2013년, 2014년 전시에는 외부 작가들을 초대하여, 《墨線展》의 외연을 넓히고자 했다. 2015년“不動의 美… 절정의 순간에 스민 먹의 깊이”라는 주제로 열린 전시에서 참여작가들은 분열되고 파편화된 세계가 보여주는 긴장된 시각을 추구하는 현대회화의 흐름 속에서 흔들림 없는 자세로 동양화 특유의 절제되고 정적인 아름다움을 표출하는 것에 보다 큰 의미를 부여하고, 붓과 먹, 한지가 어울어져 만들어내는 조형적인 아름다움에 주목했다.
2017년《墨線展》은 전시주제, 전시프로그램의 구성에 변화를 주어 개최했다. 참여 작가들은 종교, 철학, 심리학의 중심을 이루는‘지금-여기'의 가치를 생각해보고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였고, 재료 ․ 공모 ․ 생계 ․ 활동 ․ 유학이라는 소주제를 놓고 토론하면서미술계에서 살아남기에 대해 고민했다. 또한‘부스전_스팟라이트(Spotlight)’를 기획하여 성격이 다른 두 화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조명해보면서, 전시방식의 다각화를 꾀했다. 2018년 전시에서는 먹(墨)과 선(線)의 개념과 그 시각화에 대해 주의 깊게 고찰하고, 작품과 아카이브 자료를 전시하면서 수묵의‘재표상’문제를 모색했다. 팬데믹(pandemic)이 진정될 즈음인 2022년, 《墨線展》참여 작가들은‘길(路)’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진행했다. 이 전시를 통해 작가들은 전통적인 재료인 먹 ․ 채색 ․ 종이를 사용해 새롭게 실험한 평면작품과 자신만의 시각적 양태가 반영된 영상, 설치 작업들을 선보였다. 그 과정에서 참여 작가들은 미망(迷妄)에 빠져있는 한국화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도정(道程)속에서 새로운 조형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墨線展》작가들은 기본적으로 종이(紙)와 먹(墨)이라는 동양화의 전통적인 재료들을 사용하지만, 그 운용방법은 상당히 다르게 나타난다. 선지(宣紙), 순지(純紙)의 물성을 이용해 발묵(潑墨) ․ 적묵(績墨) ․ 파묵(破墨)으로 심상을 표현하고, 두꺼운 장지(壯紙)에 채색으로 표현하거나 날카로운 선들을 반복하고 쌓아 올려 긴장된 내면을 드러내기도 한다. 또는 태운 종이를 화면 위에 중첩해서 새로운 선과 이미지를 만들기도 한다. 비단 ․ 광목을 바탕으로 사용하는 경우, 비단의 투과성을 활용한 배채법으로 대상을 표현하거나, 투박한 광목의 결을 살려 수묵과 채색을 하기도 한다. 한편 설치 ․ 사진 ․ 영상작업들을 통해 회화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시도들도 눈에 띈다.
작가들의 매체 선택과 운용방법은 차이가 있지만,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화두는 인간, 자연, 생명이다. 3년여에 걸쳐 지속된 팬데믹은 우리에게 개인의 삶, 인류와 사회를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주었고, 자신과 사회의 성찰을 통해 고통을 치유하고 회복하며, 새로운 희망을 갖게 했다. 이미《墨線展》작가들은 작품들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으로 동시대 사람들과 사회를 바라보고, 그 삶의 지층과 사회의 변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하고 있어, 미리 오늘을 예견한 듯하다. 팬데믹은 사람들의 집합과 이동을 제한했고 현장성, 관객과의 접촉과 소통을 우선시했던 미술계와 작가들을 위축시켰다. 그러나 재앙과 위기속에서 인류와 예술은 성숙해왔다.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는‘포스트 코로나 시대’예술의 중요성을 말한다. “… 이때 예술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언제나 예술은 불멸을 지향하는 간절한 몸짓이었고, 삶의 충만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그의 첨언처럼 호기심을 가지고, 계속 귀를 열고 세상을 바라보며, 창조하는 여러분은 이미 스스로 예술가가 되어있다.
따스한 온기가 가득한 3월, 여러분의 노고가 담긴 작품들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드라마<눈이 부시게>의 마지막 독백을 응원의 말로 대신하고 싶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 2023년 2월 호암관에서 신 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