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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갤러리 11월 전시

 

[김 준 수 개인전] 환등기로 비춘, 버려진 플라스틱 시리즈

 

  • 전시기간: 2023년 11월 1일(수) – 2023년 11월 8일(수)

  • 전 시 명: 환등기로 비춘, 버려진 플라스틱 시리즈

  • 참여작가: 김준수

  • 개관시간: 휴관 없음/ 오전 11시 – 오후 7시(화-금), 오전 11시 – 오후 6시(토)

  • 전시장소: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 27길 28 한영빌딩 B1

  • 관련문의: 충무로갤러리 T. 02-2261-5055 / chungmurogallery@gmail.com

                   www.chungmurogallery.com

 

작가 노트

 

몇 해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산소를 찾을 때마다 낯설게 느껴지는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공원묘지는 산을 깎아 계단식으로 조성하여 층층마다 올라온 봉분이 한눈에 들어온다. 낯선 풍경이란, 초록의 묘지를 장식하는 현란한 꽃들인데, 이 꽃들이 빨주노초파남보 모든 색으로 구현해 만든 조화라는 점이다.

돌아가신지 40년도 넘은 장인어른의 묘역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다. 그러니까 최근에 생긴 공원묘지일수록 묘지 하나당 커다란 화분 두 개가 봉분 양옆으로, 마치 공식인양 설치되고 여기에 조화가 꽂힌다는 얘기다.

조화는 당연히 공원 관리사무소에서 판매한다. 사무실 안쪽 공간에서 구입했던 조화는 이번 추석에 보니 아예 건물 밖 공터에 터를 잡고 산처럼 쌓인 채 성묘객들을 맞았다. 우리 가족 역시, 관문을 통과하듯 색이 선명한 조화를 사서 묘지의 빛바랜 조화와 교체한 후 예를 갖춘다. 마치 오래된 법칙인 것처럼 이곳 공원묘지에서는 꽤나 자연스러운 장면이다.

 

가까이 지내는 사람 중에 환경 실천가가 있어 쓰레기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문제 등 먼 이야기가 아닌 현실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어머니 묘지가 떠올랐다. 내가 꽂아놓은 조화들은 다음 텀에 가보면 색은 바래고 풍성했던 형태는 바짝 말라 흉물스러웠다. 과연 이것은 누구를 위한 꽃이고 의례이며, 왜 이토록 많은 조화가 버려지고 다시 만들어지고 무한반복 하는 걸까.

 

올해 초 경남 김해시의 관내 공원묘지 조화 반입을 금지했다는 소식이 반가웠다. 망자를 기리며 꽃을 드는 마음은 누구나 다 비슷할 것이다. 다만 예의도 풍습도 아닌, 어쩌면 상술일지 모를 조화를 별 뜻 없이 사다 꼽는 일을 다시 인식하고 싶었다.

 

환등기가 놀이 같던 시절이 있었다. 불을 끄고 검은 천으로 틈새 빛을 차단한 동굴 같은 공간에 환등기가 돌아가면, 아름다운 자연이며 거대한 건축물들이 벽면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불이 켜지면 하얀 벽만 남는 신기루 같던 환등기. 그렇게 환등기라는 매개체를 통해 플라스틱 꽃과 조우한다. 꽃들은 공원묘지에서 쓰고 버려지고 신장개업한 음식점 앞에 잠깐 쓰였다 그대로 버려진 조화들이다.

 

환등기를 통해 비춰진 버려진 플라스틱은 빛이 바래고 잎이 뜯기거나 줄기가 꺾이기도 했다. 물론 꽃 모양을 그대로 유지한 플라스틱도 있다. 환등기를 비춰 벽과의 간격을 없애고, 나아가 중첩적 이미지로 표현함으로써 살아있지 않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였다. 어쨌든 이는 또다시 버려질 것이다.

 

이 꽃들 역시 불이 켜지면 하얀 벽만 남긴 채 신기루처럼 사라지지만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은, 땅 속에 묻힌다면 수백 년 동안 썩지 않을 것이고 소각한다면 기후 위기의 주범, 탄소배출로 이어질 것이다.

 

플라스틱은 꽃을 가장한 플라스틱일 뿐, 꽃의 본질이 아니듯. 그림자 역시 존재를 증명하되 사실적인 본질은 아니다. 이번 작업에서 플라스틱과 그림자는 유사성을 담보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재현되지만, 실체는 그림자를 부정하고 그림자 역시 실체를 부정한다. ■ 김준수

 

 

작가 소개

김준수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사진가’로 살고 있다. 1997년 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활동하는 한 운동가를 촬영하여 전시회 「異·情·友」를 열었다. 게이 인권운동가를 호기심 어린 ‘대상’으로 멀찍이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와 눈을 맞추고 나란히 걸으며 기록한 사진은 낯설고 불편했던 소재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풀어놓아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그 전시를 시작으로 ‘게이 사회(이반)’에서는 꽤나 유명한 ‘일반’으로 알려져 소통하기 시작했고, 2011년에는 HIV 감염자이자 동성애자를 친밀감 있게 촬영해 전시회 「Hello, Gabriel~」을 열었다. 이 전시회에서 김준수는 성소수자가 아닌 ‘한 사람’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선과 관념을 담담하게 표현했다. 그 이후, 「어린이대공원_다시」(2017) 전시에서 진실의 공간이라기보다는 거짓의 프로파간다 공간에 가까운 어린이 대공원을 맞닥뜨리고 느꼈던 고민과 감정을 그대로 재현했다.

한편,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이야기를 듣기만 하던 김준수는 전라도 강진에서 상엿소리를 하는 오충웅 옹을 만나 오랜 시간 그의 삶을 나눈 이야기를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에 오롯이 담았다. 그의 카메라는 먼 곳을 응시하기보다 가까운 곳, 다시 말해 우리 곁에 살고 있는 사람을 향하며, 버려진 커피 캔 하나에서도 고유한 이야기를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위) 환등기로 비춘, 버려진 플라스틱 시리즈 #01_피그먼트 프린트_60.96×60.96cm_2023

(아래) 환등기로 비춘, 버려진 플라스틱 시리즈 #03_피그먼트 프린트_60.96×60.96cm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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